
요즘 충전기를 살 때 'GaN'이라는 단어를 자주 봅니다. 왠지 좋아 보이긴 하는데 정확히 뭐가 좋은 건지는 애매하죠.
결론부터 말하면 GaN은 충전기를 작고 가볍고 덜 뜨겁게 만들어주는 소재입니다. 성능이 극적으로 좋아지는 기술은 아니고, 같은 성능을 훨씬 작은 부피에 담는 기술이에요. 그래서 짐을 줄여야 하는 여행에서 특히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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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을 이해하려면 충전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벽 콘센트에서 나오는 전기는 220V의 교류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필요한 건 5V 안팎의 직류예요. 충전기는 이 둘 사이를 바꿔주는 장치입니다.
방식이 재미있어요. 들어온 전기를 아주 빠르게 껐다 켜면서 필요한 만큼만 잘라 쓰는 겁니다. 1초에 수만 번 이상 스위치를 여닫는 셈이죠. 이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게 반도체이고, 지금까지는 대부분 실리콘으로 만들었습니다.
GaN은 질화갈륨(Gallium Nitride)이라는 새 소재예요. 원래는 LED나 고주파 통신처럼 특수한 분야에 쓰이다가, 생산 기술이 무르익으면서 충전기로 넘어왔습니다.
장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스위칭이 빠릅니다. 전기를 껐다 켜는 속도가 실리콘보다 훨씬 빨라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스위칭이 빠를수록 회로에 들어가는 코일과 콘덴서를 작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충전기 부피의 상당 부분이 이 부품들이라, 여기가 줄면 전체가 확 작아져요.
둘째, 발열이 적습니다. 전기를 다룰 때 열로 새어나가는 손실이 실리콘보다 적어요. 같은 출력을 내도 덜 뜨겁다는 뜻입니다. 열이 덜 나면 식히는 데 필요한 공간도 줄어드니, 이것도 크기를 줄이는 데 보탬이 됩니다.
결과가 눈에 보이는 차이로 나타나요. 예전 노트북용 65W 충전기는 벽돌만 했는데, GaN 충전기는 같은 65W를 손바닥보다 작게 만듭니다.
여기서 솔직하게 짚을 부분이 있어요. GaN이 붙었다고 충전이 더 빨라지는 건 아닙니다.
충전 속도를 정하는 건 소재가 아니라 출력(W)과 지원 규격이에요. 같은 65W라면 실리콘 충전기든 GaN 충전기든 충전 속도는 같습니다. GaN이 바꾸는 건 크기와 발열이지 속도가 아니에요.
그래서 GaN 표기만 보고 고르면 안 됩니다. 확인할 건 두 가지예요. 내가 쓰는 기기에 맞는 출력인지(노트북이면 65W 이상), 그리고 PD 같은 고속충전 규격을 지원하는지입니다. GaN이면서 출력이 20W뿐이라면 노트북에는 쓸모가 없어요.
가격도 아직은 일반 충전기보다 비싼 편입니다. 집에 두고 쓸 충전기라면 크기가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 굳이 GaN일 필요는 없어요. GaN이 값을 하는 건 들고 다녀야 할 때입니다.
정리하면 GaN은 충전기를 작고 시원하게 만드는 소재입니다. 여행처럼 짐을 줄여야 할 때 유리하고, 하나로 폰과 노트북까지 커버하려면 출력과 규격을 함께 보면 됩니다. 참고로 GaN 충전기도 전압은 프리볼트라 전 세계에서 쓸 수 있고, 플러그 모양만 어댑터로 맞추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