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전기를 사려고 보면 상세페이지에 PD, QC 3.0, PPS 같은 말이 줄지어 나옵니다. 다 빨리 충전된다는 말 같긴 한데, 뭔가 어떻게 다른지는 설명이 없어요.
그러다 비싼 걸로 새로 샀는데 충전 속도는 똑같은 경험도 하죠. 사실 이건 복잡한 기술 이야기가 아니라, 한 번만 이해하면 끝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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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속도는 전력으로 정해집니다. 전력은 전압과 전류를 곱한 값이고, 단위는 W(와트)예요. 즉 빨리 충전하려면 전압을 올리거나 전류를 늘리면 됩니다.
그런데 전류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전류가 커지면 케이블이 뜨거워지거든요.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전압을 올리는 겁니다. USB는 원래 5V가 기본인데, 고속충전은 이걸 9V·12V·15V·20V까지 올려요. 같은 굵기의 케이블로 열은 덜 내면서 전력을 훨씬 키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걸 마음대로 올리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5V만 받는 기기에 갑자기 20V를 보내면 고장나니까요. 그래서 충전기와 기기가 꽂힌 직후에 서로 대화를 합니다. "너 몇 V까지 받을 수 있어?" "난 9V까지." 이런 협상을 거쳐 안전한 값을 정하는 거예요.
PD와 QC는 바로 이 대화법입니다. 언어가 다르면 대화가 안 되고, 대화가 안 되면 5V로만 충전됩니다.
QC(Quick Charge)는 퀄컴이 만든 규격입니다. 2013년에 나왔으니 훨씬 먼저였죠. 퀄컴 스냅드래곤 칩이 들어간 안드로이드 폰에서 널리 쓰였습니다. 다만 퀄컴 칩을 쓰지 않는 기기는 제대로 지원받기 어려웠어요.
PD(Power Delivery)는 USB 표준을 관리하는 단체가 만든 공용 규격입니다. 특정 회사 것이 아니니 누구나 갖다 쓸 수 있고, USB-C 단자를 쓰면서 퍼졌어요. 결정적으로 노트북까지 커버합니다. 100W를 넘기니 맥북도 같은 충전기로 충전돼요.
그래서 흐름은 PD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유럽연합이 USB-C를 의무화하면서 아이폰까지 USB-C로 넘어왔고, 삼성도 고속충전을 PD 기반으로 정리했어요. 지금 새로 샀거나 살 예정이라면 PD 지원 여부만 보면 됩니다.
참고로 삼성의 PPS는 PD의 확장 기능입니다. 전압을 9V, 12V 같은 단계가 아니라 아주 세밀하게 조절해서 발열을 줄이는 방식이에요. 갤럭시 초고속 충전을 쓰려면 PPS까지 지원하는 충전기가 필요합니다.
고속충전은 세 가지가 전부 맞아야 작동합니다. 충전기, 케이블, 기기. 하나라도 빠지면 그냥 느린 충전이 돼요.
가장 흔한 범인은 케이블입니다. 결혼식 답례품으로 받은 케이블, 언젠가 산 저가형 케이블은 겉보기가 똑같아도 안이 다릅니다. 60W를 넘기려면 케이블 안에 E-마커라는 작은 칩이 들어 있어야 해요. 이게 없으면 충전기가 아무리 좋아도 안전을 위해 속도를 낮춰버립니다.
두 번째는 충전기 표시를 오해하는 경우입니다. 충전기에 65W라고 크게 적혀 있어도, 포트가 여러 개면 그건 전체 합계일 때가 많아요. 둘을 동시에 꽂으면 한 쪽은 눈에 띄게 느려집니다. 노트북을 급하게 충전해야 할 때는 폰을 빼놓는 게 빠릅니다.
세 번째는 규격 불일치입니다. QC만 되는 오래된 충전기에 최신 PD 기기를 꽂으면, 공통 언어가 없어 5V로만 충전됩니다. 고장은 아니지만 밤새 꽂아도 다 안 차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PD는 업계 공용 규격, QC는 퀄컴의 자체 규격입니다. 원리는 둘 다 전압을 올려 빨리 충전하는 것이고, 차이는 충전기와 기기가 서로 협상하는 방식에 있어요. 지금은 PD로 통일되는 중이니 새로 산다면 PD 지원 제품을 고르면 되고, 삼성 초고속 충전을 쓴다면 PPS까지 확인하세요. 그리고 고속충전이 안 될 때는 충전기보다 케이블을 먼저 의심해 보는 게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