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 여행지라 짐도 가볍게 싸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호텔 방에서 갸웃하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돼지코는 챙겨 갔는데 충전이 유난히 더디고, 한국에서 쓰던 드라이어는 바람이 영 시원찮거든요.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콘센트 모양이 다르고, 전압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아요. 게다가 도쿄와 오사카는 전기 주파수까지 서로 다릅니다. 하나씩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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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콘센트는 Type A입니다. 납작한 핀 두 개가 나란히 들어가는 모양으로, 미국과 같은 규격이에요. 접지핀이 하나 더 붙은 Type B가 설치된 곳도 일부 있고요. 한국의 둥근 두 핀 플러그는 이 구멍에 들어가지 않아서 변환 플러그, 흔히 말하는 돼지코가 필요합니다. 미국 여행에서 쓰던 게 있다면 그대로 가져가면 돼요.
여기까지는 미국과 같은데, 전압에서 갈립니다. 일본은 100V를 써요. 미국이 120V, 한국이 220V인 걸 생각하면 꽤 낮은 숫자죠. 실제로 100V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가정용 전압입니다. 이 전압을 표준으로 쓰는 나라가 일본 말고는 없어요.
왜 이렇게 낮을까요? 초기 전기 보급 시절의 기준이 그대로 굳어졌기 때문이에요. 1880년대 에디슨이 110V로 전기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일본도 그 무렵 비슷한 수준에서 출발했습니다. 이후 1920년대에 100V를 가정용 표준으로 정했는데, 집이 촘촘히 붙어 있는 나라에서 감전 위험을 낮추는 쪽을 택한 것이기도 했어요.
일본도 20세기 중반에 전압을 200V대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배선과 변압기, 이미 보급된 가전을 전부 바꿔야 하는 비용이 워낙 커서 결국 접었어요.
한국은 반대로 그 공사를 끝까지 했습니다. 1973년에 시작한 220V 승압 사업이 2005년 말에 완료됐는데, 32년 동안 1,753만 가구의 배선을 바꾸고 연인원 757만 명이 투입된 대형 국책 사업이었어요. 지금 우리가 220V를 쓰고 일본이 100V를 쓰는 차이는 여기서 갈렸습니다.
일본에는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특징이 하나 더 있어요. 한 나라 안에서 전기 주파수가 둘로 나뉘어 있습니다.
도쿄를 포함한 동일본은 50Hz, 오사카와 교토를 포함한 서일본은 60Hz를 씁니다. 경계는 시즈오카현의 후지강 부근이에요. 도쿄에서 오사카로 신칸센을 타고 가는 동안 창밖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지만, 어느 지점에선가 전기의 성질이 바뀌는 셈이죠.
이렇게 된 건 100년도 더 전의 일입니다. 1895년 도쿄전등이 독일에서 발전기를 들여왔는데 이게 50Hz였어요. 이듬해인 1896년에는 오사카 쪽에서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의 발전기를 도입했고, 그건 60Hz였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장비를 사 온 결과가 130년 가까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거예요.
한 번 갈린 뒤로는 통합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지금도 동서 전력망은 네 곳의 주파수 변환소로만 연결돼 있고, 그 용량은 1.2GW 정도예요. 일본 전체 전력 규모에 비하면 매우 제한적인 수치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서일본에 여유 전력이 있어도 도쿄권으로 충분히 보내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그럼 여행자에게 문제가 되느냐. 대부분은 아닙니다. 스마트폰·노트북·카메라 충전기는 50Hz든 60Hz든 상관없이 작동하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도쿄에서 오사카로 이동하면서 뭔가를 바꿔 끼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모터가 들어간 일부 기기는 주파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구형 면도기나 소형 가전 중에 그런 경우가 있는데, 요즘 여행에 그런 기기를 들고 가는 일은 드물어서 실제로 겪을 확률은 낮습니다.
이제 실질적인 부분이에요. 돼지코는 모양만 바꿔주지 전압은 바꿔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기마다 결과가 달라져요.
우선 괜찮은 부분부터 볼게요. 요즘 충전기는 거의 다 프리볼트입니다. 충전기 몸통의 작은 글씨에서 INPUT 항목을 찾아 100-240V라고 적혀 있으면 100V에서도 정상 작동해요. 스마트폰·노트북·카메라 충전기는 대부분 여기 해당합니다.
다만 프리볼트여도 체감 속도는 조금 다를 수 있어요. 고속 충전은 끌어올 수 있는 전력에 여유가 있을수록 유리한데, 100V는 전압 자체가 낮다 보니 한국에서만큼 빠릿하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장이나 이상은 아니고, 밤새 충전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어요.
티가 확실하게 나는 건 열을 내는 기기입니다. 한국에서 쓰던 220V 전용 헤어드라이어를 100V에 꽂으면 바람은 나오는데 뜨겁지가 않아요. 고데기도 마찬가지로 원하는 온도까지 잘 안 올라갑니다. 전압이 절반도 안 되니 발열량이 크게 떨어지는 거예요.
이건 어댑터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 솔직히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호텔에 비치된 드라이어를 쓰거나, 프리볼트 표기가 있는 여행용 제품을 따로 챙기는 편이 나아요.
마지막으로 콘센트 개수입니다. 일본 호텔, 특히 비즈니스호텔은 객실이 좁게 설계된 곳이 많아요. 콘센트도 침대 한쪽이나 책상 밑에 몰려 있는 경우가 흔하고요. 그런데 챙겨 간 기기는 폰, 보조배터리, 이어폰, 카메라까지 여러 개죠. 돼지코를 여러 개 사도 벽 콘센트가 하나면 동시에 못 씁니다.
돼지코와 멀티탭을 따로 챙기면 짐이 둘로 늘어납니다. 루루미 여행용 멀티탭(미국·일본형)은 A형 플러그가 탑재되어 있어 그 자체로 어댑터 역할까지 해요. 캐리어에는 하나만 넣고, 현지에서는 벽에 그대로 꽂으면 콘센트 여러 개와 USB 포트가 생깁니다.
일본은 전압이 낮을 뿐 까다로운 나라는 아닙니다. 돼지코 하나와 충전기의 프리볼트 표기 확인, 딱 두 가지만 챙기면 도쿄든 오사카든 전기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어요.